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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전세 사기에 관한 판례 동향

by 딜레땅뜨 2023. 7.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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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전세 사기에 관한 판례 동향

 

1. 들어가며

흔히 임대차보증금을 둘러싼 각종 분쟁을 통틀어 전세 사기라고 말하지만 그 구체적인 유형은 다양합니다.  임대인이 임차인을 적극적으로 기망하여 임대차보증금을 편취하는 유형도 있지만, 이른바 무자본 갭투자로 다수의 부동산을 취득한 뒤 임대차보증금을 반환하지 않는 유형도 있으며, 허위임차인 등을 활용하여 대출기관으로부터 임대차보증금을 편취하는 유형도 있습니다.  공인중개사나 중개보조원이 관여하였는지, 범죄단체를 조직하였는지 등에 따라서도 양태는 달라집니다.

임대인이 임차인을 적극적으로 기망하는 유형도 동일한 부동산에 전ㆍ월세를 이중으로 계약하는 경우, 전세를 이중, 삼중으로 계약하는 경우, 신탁의 종류나 우선순위를 기망하는 경우 등으로 다양하나, 이 경우 비교적 사기죄 성립 여부 판단이 용이합니다.  허위임차인 등을 활용하여 대출기관으로부터 임대차보증금을 편취하는 유형도 성부 판단이 용이한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반면, 무자본 갭투자로 임대차보증금을 반환하지 않는 유형의 경우는 이른바 미필적 고의가 있었는지 여부에 따라 사기죄의 성립 여부가 결정되므로, 상대적으로 그 판단이 용이하지 않은 면이 있습니다.


2. 일반법리

기본적으로 사기죄의 성립 여부는 그 행위 당시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고, 그 행위 이후의 경제사정의 변화 등으로 인하여 피고인이 채무불이행 상태에 이르게 된다고 하여 이를 사기죄로 처벌할 수는 없다는 것이 확립된 판례입니다.  따라서 법원은 임대차보증금 상당액 편취에 의한 사기죄의 성립 여부를 판단할 때, 임대차계약을 체결할 당시 또는 그 임대차보증금을 수령할 당시에 피고인에게 그 편취의 범의가 있었는지 여부, 즉 그 당시에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임대차보증금을 수령하더라도 임차인에게 주택을 점유ㆍ사용하도록 하여 주거나 임대차보증금을 반환하는 것이 불가능하게 될 가능성을 인식하고 이를 용인한 채 그러한 행위를 한 것인지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대법원 2008. 9. 25. 선고 2008도5618 판결 등).

한편, 사기죄의 주관적 구성요건인 편취의 범의는 피고인이 자백하지 않는 이상 범행 전후의 피고인의 재력, 환경, 범행의 경위와 내용, 거래의 이행과정 등과 같은 객관적인 사정 등을 종합하여 판단할 수밖에 없는데, 미필적 고의에 의하여도 사기죄는 성립됩니다.  범죄구성요건의 주관적 요소로서 미필적 고의라 함은 범죄사실의 발생가능성을 불확실한 것으로 표상하면서 이를 용인하고 있는 경우를 말하고,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하려면 범죄사실의 발생가능성에 대한 인식이 있음은 물론, 나아가 범죄사실이 발생할 위험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가 있어야 합니다.  여기서 그 행위자가 범죄사실이 발생할 가능성을 용인하고 있었는지의 여부는 행위자의 진술에 의존하지 아니하고, 외부에 나타난 행위의 형태와 행위의 상황 등 구체적인 사정을 기초로 하여 일반인이라면 당해 범죄사실이 발생할 가능성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를 고려하면서 행위자의 입장에서 그 심리상태를 추인하여야 한다는 것이 법원의 입장입니다(대법원 2007. 10. 26. 선고 2007도6646 판결, 대법원 2011. 4. 28. 선고 2011도731 판결 등).

사기죄의 법정형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이며(형법 제347조 제1항), 이득액이 5억 원 이상 50억 원 미만일 때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 이득액이 50억 원 이상일 때에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제3조 제1항).  다만, 전세 사기의 경우 피해자별 임대차보증금이 통상 5억 원 미만이기 때문에「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적용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이때도 여러 개의 사기범행으로 동시에 판결을 받는 경우에는 2분의 1까지 처단형이 가중될 수 있으므로(형법 제38조 제1항 제2호), 형법상 사기죄라고 하더라도 최대 15년까지 징역형의 선고가 가능합니다.


3. 적극적 기망 유형

지난 2023. 4. 경기 광주시 소재 빌라 임차인 110명을 상대로 2016년부터 2019년까지 임대차보증금 123억 원을 편취한 피고인에 대해 징역 15년의 형이 선고되었습니다.  해당 피고인은 “보증금으로 선순위 담보권을 말소하거나 채권최고액을 시가의 30% 등 일정 금액으로 감액하겠다.”라고 하거나, 담보신탁을 관리신탁이라고 속이며 “신탁등기는 건물관리업체에 신탁을 맡겼다는 의미로, 신탁회사가 건물을 관리해준다는 것이니 오히려 세입자들에게 유리한 것이다.”라고 하는 등 적극적인 기망행위를 서슴지 않았습니다.

이외에도 동일한 부동산에 전ㆍ월세를 이중으로 계약하는 경우, 전세를 이중, 삼중으로 계약하는 경우, 가장임대인을 내세우는 경우 등 적극적 기망행위의 양태는 다양하나, 이러한 경우 사기죄의 성립 여부 판단은 비교적 용이합니다.


4. 미필적 고의 유형

주로 무자본 갭투자가 문제되는 유형에서는 미필적 고의가 있었는지가 핵심 쟁점입니다.  즉, 임대차계약 당시 앞으로 임대차보증금을 반환하지 못할 수도 있음을 인식하고 설령 그런 위험이 생기더라도 용인하겠다는 의사가 있어야 합니다.  이러한 미필적 고의 존부의 판단은 결국 임대차계약 당시 임대인의 경제적인 사정에 따라 크게 좌우될 수밖에 없습니다.  

2023. 2. 선고된 판결에서도 법원은 “피고인이 임대사업을 하면서 실질적으로 소유 또는 관리하던 부동산은 대부분 근저당권이 설정되어 있거나 임대차계약에 따른 보증금반환채무가 있어 실질적인 재산가치가 거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피고인은 이 사건 대출이 실행되어 피해자들로부터 대출금을 교부받을 당시 부동산에 관한 대출이자 등으로 매월 상당한 금액을 부담하는 반면, 임대사업을 통하여 임대차보증금을 지급받는 것 외에는 별다른 자금이나 수입이 없었다.”라고 하여, 임대차계약 당시 임대인의 경제적인 사정을 미필적 고의 존부의 주요한 판단근거로 삼았습니다(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2023. 2. 10. 선고 2022고단2079 판결).  이 사건의 편취액은 1억 500만 원이었고, 피고인에 대해서는 징역 1년의 형이 선고되었습니다.

나아가 2023. 4.에는 “피고인이 무자본 갭투자 수익 외에는 별다른 수입이 없어, 종합부동산세, 재산세 등의 구체적인 납부 계획이 없었고 피해자에 대한 임대차보증금 반환 계획도 없었다.”라는 이유로 70억 원가량을 편취한 피고인에 대해 징역 8년을 선고한 판결이 있었고, 2023. 7.에는 2017년부터 2018년까지 서울 강서구 일대에서 무자본 갭투자 방식으로 임차인 43명으로부터 총 84억 원의 임대차보증금을 편취한 피고인에게 징역 8년의 형을 선고하기도 하였습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3. 7. 6. 선고 2023고단2019 판결).

경우에 따라서는 주택도시보증공사와 사이에 전세금안심대출보증계약 등을 체결한 피해자들의 경우 보증금의 대부분을 반환 받으므로 피해가 없다는 주장도 하고 있지만, 법원은 이 경우에도 피해가 개인에서 공사로 전가된 것일 뿐 회복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위 2023고단2019 판결).


5. 대출금 편취 유형

허위임차인 등을 활용하여 대출기관으로부터 임대차보증금을 편취하는 유형의 대표적인 예는 다음과 같습니다(수원지방법원 평택지원 2022. 5. 19. 선고 2022고단164 판결 등).  

“국토교통부는 무주택 근로자들의 주거안정을 위해 국민주택기금을 재원으로 하여 담보 없이 낮은 금리로 근로자 주택전세자금 대출 제도를 운영하였고, 근로자들은 근로자 주택전세자금 대출 업무를 위탁받은 금융기관에 근로자의 재직증명서 등 재직관련 서류, 주택 전세계약서만 제출하면 형식적 심사를 거쳐 대출을 받을 수 있었다.  근로자 주택전세자금 대출 사기 조직은 총책, 임차인 모집책, 임대인 모집책 등으로 구성된 대출브로커들이 금융기관에 근로자 재직 관련 서류와 주택 전세계약서만 제출하면 형식적인 심사를 거쳐 손쉽게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사정을 이용하여, 총책의 지시에 따라 임차인 모집책은 근로자 주택전세자금 대출신청을 할 허위 임차인을 모집하고 허위 임차인이 실제 근로자로 근무하는 것처럼 위장법인 명의로 재직증명서, 급여명세서, 소득세원천징수확인서 등 허위로 재직 관련 서류를 만들고, 임대인 모집책은 허위 임대인 역할을 할 주택 소유자를 모집하고 허위로 주택 전세계약서를 작성해 줄 공인중개사들을 모집하여 허위 임차인과 허위 임대인 사이에 허위 주택 전세계약서를 작성한 다음, 위와 같이 허위로 작성된 재직 관련 서류, 주택 전세계약서를 금융기관에 제출하면서 허위 임차인 명의로 근로자 주택전세자금 대출을 신청하여 수수한 대출금을 나누어 가지는 구조이다.”

다만 근로자를 대상으로 하는 대출상품을 활용하는 경우로 한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계약서와 계약금 납입영수증, 확정일자 등만 있으면 금융기관에서 쉽게 전세자금대출을 해준다는 점을 악용하여 임대인과 임차인이 결탁하여 허위로 전세자금대출을 받는 경우도 있고, 나아가 임차인이 전세자금대출을 받은 뒤 전출하면 임대인이 마치 임차인이 없는 것처럼 가장하여 담보대출을 추가로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와 같은 유형에 대해서는 이미 판결이 상당수 누적되어 있습니다.  전과 유무, 편취액의 규모, 피해회복 여부 등 구체적인 사정에 따라 양형이유는 다양하나 대개는 징역 6월 내지 3년의 형이 선고되고 집행유예가 선고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다만, 최근의 경향상 사기 외에 범죄단체조직, 범죄단체가입, 범죄단체활동 등의 범죄로도 의율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유사한 유형에 대한 양형은 강화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그간의 판결에서도 “이 사건 대출사기 범행은 금융기관에 대한 피해를 넘어 전세자금대출 및 주택담보대출 제도를 이용하려는 다수의 선량한 시민들에게까지 피해를 끼치는 범행으로 사회적 해악이 매우 큰 바, 그에 가담한 자들에 대하여는 엄중한 법적 책임을 묻는 것이 마땅하다.”라며, 강력한 처벌의 필요성을 언급해 왔으며, 검찰 역시 최근에는 청년 전세자금대출 등을 활용한 이와 같은 유형에 대해 범죄단체조직 등 의율을 보다 적극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6. 공인중개사의 손해배상

공인중개사는 중개대상물에 대한 설명의무를 부담하며(공인중개사법 제25조), 중개행위를 하는 경우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하여 거래당사자에게 재산상의 손해를 발생하게 한 때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고(같은 법 제30조 제1항), 손해배상책임을 보장하기 위하여 보증보험 또는 공제에 가입하거나 공탁을 하여야 합니다(같은 조 제3항).  

법원에서는 “공인중개사는 자기가 조사ㆍ확인하여 설명할 의무가 없는 사항이라도 중개의뢰인이 계약을 맺을지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것이라면 그에 관해 그릇된 정보를 제공해서는 안 되고, 그 정보가 진실인 것처럼 그대로 전달하여 중개의뢰인이 이를 믿고 계약을 체결하도록 했다면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 신의를 지켜 성실하게 중개해야 할 의무를 위반한 것이 된다.”라고 하여 보다 넓은 주의의무를 부과하고 있습니다(대법원 2022. 6. 30. 선고 2022다212594 판결 등).

이에 따라 최근에는 전세 사기에 대해 공인중개사가 손해배상책임까지 부담하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나아가 종래 임차인 스스로의 주의의무 등을 이유로 공인중개사의 손해배상책임을 임차인 손해액의 50% 이하로 제한하는 경우가 일반적이었으나, 최근에는 공인중개사에게 보다 높은 수준의 책임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 본 게시글은 법무법인(유) 지평 뉴스레터에 기고한 글을 재인용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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