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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Deal/Green

커피와 ESG

by 딜레땅뜨 2021. 8.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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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와 ESG

 

에티오피아의 목동 칼디가 처음으로 발견한 이래, 커피는 인류 역사상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전 세계 커피 소비량 역시 매년 증가하고 있다. 그 시장이 커진 만큼 커피 역시 올해의 화두 중 하나인 ESG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ESG란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인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를 일컫는 말로, 흔히 투자지표로 활용되는 개념이다. 기업이 버는 돈의 양이 아니라 돈을 버는 방식에 평가의 초점을 맞춘 것이다.

참고로, ESG 투자는 ESG 측면에서 부정적 성과를 보이는 기업들을 배제하거나(negative screening) 긍정적 성과를 보이는 기업들을 선별하는(positive screening) 느슨한 형태에서부터 투자 전략 안에 ESG 요소들을 결합하여 총합적 판단을 내리는(ESG integration) 형태까지 그 강도와 방식에 따라 갈래가 나뉜다(「돈이 먼저 움직인다」, 제현주 지음 참조).

대표적인 커피 브랜드 네스프레소를 보유한 네슬레의 경우, 사회(social) 측면에서 커피 농부들을 지원하는 사업을 지속해 왔다고 한다. 커피 생산지역의 상황에 맞게 농부들에게 다양한 교육과 기술·장비 지원을 한다는 것이 골자다. 환경(environment) 측면으로는, 커피 알루미늄 캡슐을 재활용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고객에게 캡슐 재활용 백을 제공하는 등의 방법으로 캡슐을 수거하고 재활용한다는 것이다. 한편, 스타벅스는 원두의 생산부터 소비까지 유통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종이빨대나 빨대 없는 일회용컵 등으로 일회용품을 줄이고 재활용을 늘이는 방향으로 고민을 계속하고 있다고 한다. 국내 기업인 이디야커피는 여느 기업처럼 ESG위원회를 내부에 신설하였다.

하지만 커피와 ESG의 관계는 이리 간단하지 않다. ESG와 관련된 커피의 가장 큰 문제는 커피 농장의 상당수가 만 13세 미만 아동의 노동을 착취하고 있다는 데에 있다. 원두를 수확하는 철이면 누가 봐도 어린 아이들이 조그마한 손으로 커피체리를 수확하는 장면을 쉽게 볼 수 있다고 한다.

근본적으로는 해당 국가의 정부가 해결해야 할 문제이지만, ESG를 운운하며 기업가치를 홍보하면서도 아동 노동 문제에 대해 눈을 감는 것이 온당한지는 의문이다. 네슬레는 이미 코코아 농장에서 아동 노동을 착취하는 것을 방조했다는 이유로 소송을 당했다(유사한 사례로, 담배회사인 브리티쉬 아메리칸 타바코 역시 아동 노동을 착취하는 방식으로 담배 공급망을 이용했다는 이유로 소송을 당했다).

뿐만 아니라 커피 기업의 ESG 행보는 위장환경주의(greenwashing)의 대표적인 예로 비판 받고 있다. 「위장환경주의」의 저자 카트린 하르트만에 따르면, 알루미늄 채굴을 위해 호주, 브라질, 인도네시아 등에서 거대한 열대림이 사라지고 있고, 1톤의 알루미늄을 생산하려면 2인 가구가 5년 넘게 사용할 수 있는 전기가 필요하다고 한다. 그런데 네스프레소로 배출되는 빈 알루미늄 캡슐 쓰레기만 매년 최소 8,000톤에 달하며(네스프레소 캡슐 커피 판매량은 30억 개 가량에서 최근 100억 개 가량까지 증가하였다), 네슬레가 수거한 알루미늄을 얼마나 재활용하는지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고 한다. 위 저자는 조지 클루니의 네스프레소 광고 출연료가 2600만 달러인데 반해 네슬레의 커피 농부 지원금은 220만 달러에 불과했음을 지적하기도 한다(같은 차원에서 공정무역 커피가 과연 공정한 것인가에 대한 물음도 계속되고 있다).

ESG에 관한 논의나 평가체계는 아직도 정립 중이고, 기업은 앞으로도 위장환경주의의 유혹을 뿌리치기 어려울 것이다. 결국은 소비자의 몫이다. 지금 마시는 커피 한 잔이 환경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어떠할지, 한번쯤 멈추어 생각해 볼 일이다.

* 본 게시글은 환경일보에 기고한 글을 인용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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