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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Deal/General

인간의 흑역사 - 톰 필립스/홍한결

by 딜레땅뜨 2020. 10.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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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흑역사 - 톰 필립스/홍한결

 

 

이 책의 저자 톰 필립스가 환경 문제에 대해 적은 에필로그 부분을 인용한다.

 

"일단 자명한 것부터 얘기해보자.
우리는 ‘뭐, 별 탈 없겠지’ 하는 생각으로 지금까지 온갖 것들을 주변 환경에 아무렇지 않게 내버려왔지만, 그중 가장 심각한 건 탄소다. 산업혁명 이후로 우리가 신나게 태워대고 있는 그 탄소가, 우리 모두에게 퍽 안 좋은 결과로 돌아올 전망이다.
인간이 기후변화를 일으키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기후변화가 세계 여러 지역과 문명의 존망을 좌우할 수 있다는 것도 사실이고. 이미 워낙 충분히 입증된 과학적 사실이기에 그 증거를 일일이 드는 것조차 지루한 일일 듯하다. 이미 상황은 중합수나 N선의 경우처럼 몇 년 지나면 주장했던 사람들이 다 망신스러워지는 게 아닐까 의심할 만한 수준을 한참 초월했다. 그렇지만 아직도 수많은 사람들이 여러 이유로(경제적, 정치적 이유로, 아니면 그저 딴지를 걸려는 청개구리 심보로) 이를 부정하고 있다. 그래서 ‘뭔가 조치를 좀 해보자’ 단계가 겨우 진행될 듯하다가도 꼭 번번이 ‘사실인지 토론부터 해보자’ 단계로 되돌아가곤 한다. 예전에 유연 휘발유 제조사들이 썼던 전술과 별 차이가 없다. 해악을 부정하는 증거를 찾을 필요가 뭐 있나? ‘결론이 나지 않은 문제’라고 최대한 오랫동안 주장하면서, 그동안 부지런히 돈을 긁어모으면 되지.
다시 말해 우리는 지금 단체로 ‘귀 막고 딴청 피우며 못 듣는 척’하고 있다. 그럴 게 아니라 자기 집에 불난 것처럼 혼비백산해 뛰어다녀야 하지 않을까? 그게 사실이나 다름없으니까. 기상관측 사상 가장 더웠던 18번의 해 중 17번이 2000년 이후였다. 현 지질시대에 들어 처음으로, 2018년 4월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410ppm 수준을 넘어섰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마지막으로 그 수준에 이르렀던 것은 320만 년 전 따뜻하던 홍적세 중기였다. 바로 루시가 나무에서 떨어졌을 즈음이다. 뭐, 전에도 그렇게 높았던 적이 있었다면 그렇게 나쁜 일은 아니겠네 하는 생각이 든다면, 그 시절 해수면 높이는 지금보다 20미터 더 높았다는 사실을 알아두자.
그리고 이산화탄소가 초래하는 결과는 기후변화가 다가 아니다. 사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상승을 저지하는 것 중 하나는 바다다. 바다는 이산화탄소를 일부 흡수해주고 있다. 좋은 소식 같기도 하다. 그런데 알고 보면 그렇지 않다. 바닷물이라는 것은 원래 상당히 염기성을 띤다. 다시 말해 산성보다 알칼리성에 가깝다. 그런데 그 많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다 보니 바다는 점점 더 산성이 되고, 바다가 산성이 될수록 해양생물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점점 커져, 조그만 연체동물에서 커다란 물고기까지 모두 큰 피해를 입게 된다.
게다가 그 현상은 바닷물 온도가 올라가는 현상과 맞물리면 더 심각해진다. 물론 바닷물 온도는 올라가고 있다. 지금 바닷속 상황의 심각성을 보여줄 한 예로, 대자연의 신비로 꼽히는 세계 최대의 산호초 지대 그레이트배리어리프가 아찔한 속도로 죽어가고 있다. 심각한 수준의 백화현상이 2년째 일어나 산호의 상당수가 새하얗게 사멸해가고 있다.
우리, 이미 좀 많이 망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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